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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라디오.홍지명입니다 인터뷰(1) 쿼키편

KBS1 라디오.홍지명입니다 인터뷰

November 14, 2013

1. 창업 플랫폼, 혁신 플랫폼… 이런 말들을 여기저기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이라는 게 무언인지 개념을 좀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플랫폼이라는 것이 아마 약간 생소하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야기 드리자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만나고 연결되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됩니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간의 네트웍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입니다. 플랫폼은 비즈니스 관점외에도 소프트웨어나 기술, 자동차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애플이나 구글의 OS도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범위가 넓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러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네트웍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과, 또 하나는 그 자체로 완결된 닫힌 구조가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혁신 플랫폼이라는 불리는 것들도 이렇게 플랫폼 외부의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그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돈을 가진 사람, 의견을 가진 사람 등이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창조를 해주고, 혁신의 내용은 모인 사람들이 결정하기 때문에 열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그럼, 플랫폼을 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 소비자들의 수요가 매우 다양해졌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하나의 제품이 생존하는 기간이 매우 짧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레버리지 전략이 필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기업이 가진 기술, 제품, 조직, 사업, 고객기반, 대외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서 성과를 높일수 있습니다.
소셜 제품 개발이나 소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하면 기존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자신을 도울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소셜 제품 개발의 경우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람이 혼자 제품 개발을 모두 도맡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디자인해 주는 사람, 실제로 생산해주는 기업들을 연결해 줍니다.

소셜 펀딩 플랫폼의 경우는 무언가 새롭고 기발한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인데 막상 그것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데 드는 자금이 부족한 경우 이를 해결해 줍니다. 예전 같으면 친척, 친구에게 빌리거나 투자를 받아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가 상품화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주면 이를 이용하여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고 가치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입니다.

똘똘한 플랫폼을 갖추면, 창업생태계가 그만큼 수월하게 돌아간다고 봐도 되는 겁니까.

창업 생태계는 초기 아이디어를 가졌는 데 이것이 시장이 원하는 아이디어인지 알고 싶어합니다. 그럴 때는 제품 아이디어와 이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해당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의 펀딩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혁신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성공할만한 제품은 보다 빨리 충분한 지원을 많으며 시장에 출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에 나와도 어차피 실패할 제품들을 만드는 데 노력을 쏟지 않아도 되도록 시장의 피드백을 제품 생산전에 미리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혁신 출현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돈을 가진 사람, 기술을 가진 사람, 지식을 가진 사람들 모두 창업 생태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기 때문에 당연히 생태계 자체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3. 오늘 소개할 플랫폼이 ‘쿼키’(Quirky)인데, 어떤 곳입니까.
쿼키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매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주는 회사입니다. 일명 전국민 아이디어 공작소 같은 회사인데요. 120명 직원 중의 상당수가 제품 디자이너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낸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제품으로 디자인하고 이를 매장에서 판매해 수익의 일부를 원 발명자에게 돌려주는 상생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회사에 대해 좀 더 소개드리자면, 2009년경 미국 뉴욕에서 세워졌고 벤카프만이라는 젊은 CEO가 이끌고 있습니다. 벤카프만은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주커버그를 잇는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사람의 한 명인데요. 본인 스스로가 발명가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아이팟용 이어폰을 발명한 후 부모님에게 자금을 빌려 회사를 만들어서 성공하게 되고 나중에 이 회사를 다른 기업에 팔고 나서 만든 회사가 쿼키입니다.

재미있는 건 쿼키가 만들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한 전시회에서 진행한 이벤트에서 비롯됐다는 겁니다. CEO인 벤카프만은 쿼키를 만들기 전에 이전 회사에서 전시회에 출품하게 되는 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나 기획합니다. 전시회 기간내에 방문하 사람들로부터 아이팟 악세서리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은 후 이중 인기가 있는 것들을 가지고 토론하고, 마지막에 하나를 선정해서 전시회 기간내에 제품으로 만들어 시연하는 것이었는 데요. 여기서 병따개로도 변신하는 아이팟 케이스가 제품으로 나옵니다.

사람들이 낸 아이디어가 근사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나오는 것을 경험한 창업자는 이것을 아예 서비스로 만들 생각을 하고 새로운 회사를 만들게 되고 그것이 나중에 쿼키로 발전합니다.
 


4. 특별한 기술이나 자금이 없어도, 아이디어 하나만 있다면, 쿼키를 통해서 제품화 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품이 탄생하게 되는 겁니까.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쿼키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현재 쿼키에는 50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해있는 데 이들이 아이디어에 대한 개선의견을 주고 맘에 드는 아이디어에 좋아요를 남깁니다. 그러면 이들 중 인기가 좋은 몇 가지를 추려서 상품화 시키기 위해 쿼키가 선정하게 되는데요.

이때문에 쿼키 본사에서는 매주 목요일에 전직원과 전문가, 커뮤니티 회원이 같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립니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전문 제품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서 멋진 디자인으로 탄생하게 되고 3D프린터로 찍어서 시제품을 만들고, 디자인을 중국으로 보내 생산된 것을 미국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쿼키의 프로세스에서 눈여겨 볼 부분 중 하나는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공간에 올리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데요. 쿼키에서 프로세스를 타고 있는 아이디어들은 쿼키 외부로 그 콘텐트를 가져다 쓰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화하기로 채택된 아이디어는 쿼키를 특허를 출원하고요. 아이디어 제출부터 실제 제품이 매장에 팔리기까지 워낙 빨리 2달여만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 도용한 제품이 시장에 먼저 나오지 못하도록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5.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람에게 뭔가 보상이 있어야, 계속해서 제품이 나올 텐데, 수익 배분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 네 수익배분 방식 자체가 쿼키의 매우 특이한 부분입니다. 쿼키는 판매되는 제품 매출의 10퍼센트를 제품 아이디어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10만원 짜리 물건을 하나 팔면 그중 10퍼센트에 해당하는 만원을 최초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개선 의견을 낸 사람, 상품명을 짓거나 판매가격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투명한 기준에 의해서 수익배분하고 있습니다.

최초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수익배분 중에 40퍼센트를 가져갑니다. 놀라운 점은 제품 하나당 이런 식으로 수익배분을 챙기는 사람들의 숫자가 보통 천명을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화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명확한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에 현재의 쿼키의 성공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6.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하나 소개해 주시겠습니까(어떤 상품인지, 수익은 얼마나 났는지, 수상실적은 있는지 등).
쿼키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뭐니뭐니해도 피봇파워라는 이름의 제품인데요. 혹시 전원을 여러 개 꼽을 수 있도록 나온 멀티탭에 전원코드를 뽑다보면 전원 코드끼리 부대껴서 꼽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으셨나요. 피봇파워는 기존 멀티탭을 구부릴 수 있도록 설계를 바꾸어서 이 문제를 해결한 제품입니다. 사실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 제품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해 줬기에 큰 히트를 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제품을 통해 회원들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익이 한화로는 12억원이 넘습니다. 제이크 지엔이라는 학생 신분의 발명자의 경우도 2012년에 피봇파워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4억5천만원 정도를 벌었고요. 뛰어난 디자인의 제품에 부여하는 상인 레드닷 어워드에도 2012년 수상했습니다.

7. 쿼키가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는 데요.

우선 첫번째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만을 만들 수 있도록 잘 설계된 프로세스에 있습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이를 개선하는 사람, 그리고 만약 제품이 나온다면 자신의 지갑을 열지 여부를 알려주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시장에 나가서 먹힐만한 좋은 아이디어만을 제품화하도록 돕습니다.


두번째는 소비재 분야의 아이디어를 바로 멋진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있는 파워 디자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쿼키의 전신이 모피라는 회사가 아이팟/아이폰용 액세서리를 만들던 기업이었다는 점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얻지만, 디자인 및 제품화는 내부 전문가들이 진행함으로서 오픈 이노베이션과 클로즈드 이노베이션이 절묘하게 조화된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쿼키는 제품 디자인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미국 내의 유명 디자인 스쿨과도 꾸준히 제휴를 해왔습니다.


세번째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아이디어 발명자부터 개선하고, 기여한 모든 사람들이 수익을 가져가는 투명한 분배구조에 있습니다. 제품의 성공과 관련된 아이디어, 디자인, 제품명, 소재, 가격 등 모든 곳에서 회원들의 자발적인 기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플루언스라는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를 기초로 수익배분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에도 쿼키를 벤치마킹 한 곳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곳이 있습니까.


그동안 국내에서도 쿼키를 벤치마킹한 작은 시도들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 데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단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개선하도록 돕는다는 측면의 서비스들은 기존에도 많았지만 쿼키의 특징은 이를 실제로 단기간에 제품화 시켜주는 것인데 이러한 전문 제품 개발자들을 내부에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비전팩토리라는 서비스가 최근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 데 마찬가지로 내부에 제품 개발자가 없어서 펀딩 유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제품화를 도와주는 방식을 채택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고요. 새 정부 들어서 미래창조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창조경제타운도 사실은 쿼키의 모델을 벤치마킹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요. 여기서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의견을 주거나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해 주는 멘토들의 활동이 주된 방식이라는 점이 쿼키 모델과 차이가 있습니다.


창조경제타운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일단 창조경제타운은 그 용도가 아이디어 제품화와 관련된 지원사업과 관련 산업, 학계의 멘토링 그룹을 통해 국민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이기 때문에 쿼키와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다만 쿼키의 성공요인으로 제가 앞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협업 플랫폼 서비스로 유명한 해외의 아이카라는 곳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정말로 창의적인 사람은 100명중 1명이고, 나머지 9명은 개선 의견을, 기타 90명은 투표를 하거나 초기구매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해주는 코멘트를 오픈되고 공유된 공간에서 투명하게 볼 수 있죠. 앞서 말한 세 부류의 참여자들이 모두 뛰어들어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만 혁신 플랫폼으로서의 의미가 생깁니다.

또한 쿼키의 강점인 실행력이 디자인 파워하우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간접적인 멘토링외에도 직접적으로 실행력을 끌어올릴 수 부분들이 같이 고민되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