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ite

일상을 혁신하라, 당신은 이노베이션

중앙대학교 매거진 게재 컬럼

May 20, 2015

작성자 비전아레나 조용호

우리는 화창한 5월의 한 가운데에 있다. 최근 국가적으로 안좋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들이 있었기에 오히려 이러한 5월의 찬란함이 어색하고 사치스러워 보이는 것일까. 그렇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대학가에는 축제가 열릴 것이고, 사람들은 점차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오늘 혁신에 대한 주제로 말하려고 한다. 사실 최근 며칠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가서 같은 주제로 수백명을 앞에 두고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이자 최근의 영업 성적표 또한 나쁘지 않았기에 이런 곳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대상으로지금이 위기이고,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이상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몇 권의 책을 내고 많은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연구해본 경험으로는 가장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할 때이다. 이는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장 잘 나갈 때에 사람이든, 기업이든 자신만의 성공 법칙에 최적화된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 지게 된다. 문제는 시장과 환경, 우리가 사는 주변의 것들은 끊임없이 변한다는것이다. 한 곳에 익숙해지고 가장 잘 하게 되는것이 때론 가장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고정관념을 낳기 때문에 모든 기업, 개인들의 성장과 하락은 역설과 변증법위에 놓여 있다.  

 

그러면 내가 바라보는 견지에서 혁신을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주변에서는 창의성(Creativity)을 혁신의 요체로 많이 언급한다. 특히 국내의 경우 문제해결에 있어서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사실 그보다 이전에 존재한다. 바로 ‘자기부정’과 ‘유연함’에서부터 혁신은 시작한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이라는 용어가 어디서부터나왔는 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혁신은 가죽을 무두질하고 벗겨내어 새로운가죽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쓸만해 보이는 가죽을 굳이 새로벗겨내어야 하는 ‘이유’ 발견이 필요하다. 바로 자기부정이다. 아무리 잘 나가고 좋은 최상의 상태에 있다하더라도 좀 더 나은 방법, 새로운 접근을 구상하지 않는다면 고인 물이되고 만다. 버려야만 새로 취할 수 있다는 견지에서혁신은 ‘더하기’ 이전에 ‘빼기’가 먼저 일어나는 과정이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새로움에 대해 우리가 ‘빼기’, 즉 자기부정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 이후에 새로움을 본격적으로 찾는 방법으로는 ‘유연함’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우리가 혁신하지 못하도록 막는대표적 원인인 고정관념을 해체하려면 바로 이 유연함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이미 눈앞에 있는 것조차 보이지 않게 하고, 쩡쩡 울리는 큰 소음도 듣지 못하게 한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이러한 고정관념을 없애고 유연함을 살릴 수 있는 원리들이 무엇일 지 나름의 연구를 해왔고 이를 작년부터 소프트 (SOFT)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유해왔다. 

이는 500여개의 비즈니스 혁신 사례로부터 끄집어낸 25개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트리즈(TRIZ)가 기술특허로부터 찾아낸 40개 이상의 원리에 기초한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단지 SOFT는 보다 일상적이고 비즈니스에 특화된 관점에서정리되어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일상을 혁신하기 위한목적이라면 해당 원리 중 일부라도 한번 적용해 보길 권한다. 사실 경영과 우리의 인생은 많은 부분 닮아있기 때문이다.  

 

지면상 몇 가지 원리만 한번 소개해 보겠다. 예를 들어 ‘문제를 다르게 바꿔라’는 원리가 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문제가 주어지면 이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런데 때론 문제 자체가 잘못 되어 있음을 간과한다. 과거 미국에서 우주인을 위한 우주볼펜에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주에서 쓸 수 있는 볼펜을어떻게 만들까’가 질문이 아니라, ‘우주에서 쓸 수 있는 필기구는 무엇일까’가 질문이었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의 연구개발이 무색하게 러시아의 우주인들은 연필을 사용함으로서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는 우리가 상정한 문제가 제대로 것인지를 짚어보고 문제 자체를 바꿀필요가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원리 중 하나는 ‘선택의 여지를 없애라’이다. 사람들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으면 좋다라고 일반적으로 느끼지만, 가끔은 너무 많은 선택 가능성이 머리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의외로 사람들로 하여금 선택없이 할 수 있도록 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는 ‘후쿠부쿠로’라는 것이 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몇가지를 종이백에 넣어놓고 일정액을 내고 가져가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대금을 지불하기 전에는 종이백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바로 의외성과 세렌디피티 (우연한 발견과 만남)를 꿈꾸는 사람들의 심리를 포착한 아이디어라고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원리는 ‘재미를 통해 행동을 바꿔라’이다.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고자 할 때 설득하거나 규범적으로 이끄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재미이다. 재미가 있으면 옆에서 뜯어 말려도 사람들은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이를 역으로 생각해서 재미를 통해 바람직한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서 진행했던 방식을 소개하겠다. 보통 과속 감시용 카메라는 차량이 일정 속도 이상이 되는 경우 이를 찍어서 벌금 고지서와 함께 보낸다. 잘못된 경우에 대해 벌을 내리는 것이다. 그럼 반대로 속도를 잘 지키는 경우에 상을 주는 방식은 없을까.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속도를 잘 지킨 사람들에게는 복권을 보내주는 ‘속도 카메라 복권’이다. 그럼 복권 당첨금은 어떻게 확보할까. 당첨금은 과속한 사람들이 내는 벌금을 모아서 충당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복권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재미요소에 끌려서 더욱 더 속도를 잘 지키게 되었다.  

 

이상 몇 가지 원리를 소개드렸는 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책 또는 홈페이지 (http://softideation.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 발상은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카드도 만들었다. 이 또한 앞서 소개한 원리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을 통해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내는 경쟁을 함으로서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대단한 기술혁신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고 주변의 사소한 하나를 옮겨 놓더라도 그것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그것이 곧 말랑말랑한(SOFT) 혁신이다. 이러한 혁신을 일상속에서 실천하고 탐구해갈 수 있다면 이제 혁신은 그것을 떠올린 사람과 따로가 아니다. 그 순간 당신은 곧 이노베이션이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