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더이노베이션랩 조용호
필자가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는 책을 통해 ‘빅블러(Big Blur)’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고 경계융화의 시대가본격적으로 열렸음을 알린지도 벌써 10년이 다되어 간다. 당시에는 크게 세가지 경계융화 지점에서 다루었다. 소비자와 생산자 경계, 작은것(스타트업)과 큰 것(대기업)의 경계, 만질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간 (온오프라인간, 제품-서비스간) 의 경계가 그것이다.
빅블러는 이제 메가트렌드에서 현실에 뿌리내린 일상이 되고 있다. 그 예는 잠깐 주위를 둘러봐도 차고 넘친다. 브레이브걸스의 꼬북칩 광고CF 촬영처럼 팬들이 대신 광고를 유치해주거나 BTS의 아미군단처럼 빌보드 챠트 연속 8주 1위라는 대기록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한스타트업의 시총이 해당 업종의 주요 대기업 몇개를 합한 것보다 크기도 하다.
100조 가량의 시총을 자랑하는 스타트업 쿠팡이 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롯데쇼핑을 모두 합한 것의 7배가 넘는다. 카카오뱅크도 상장후 시총이 30조원 이상으로 신한, KB등 4대 금융그룹의 시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이후 특히 비대면 기반의 서비스가 폭증하였으며 이제는 교육도 온라인으로, 자동차도 모빌리티 서비스로, 두 개그맨이 만든 부캐 아이돌인 매드몬스터가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고,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가상 인플루언서, 온라인 부캐놀이장이 된 메타버스 등 현실세계와 이의 반영인 온라인 세계의 경계가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
1. 경계 붕괴 시대의 생존을 위한 조건
경계 붕괴라는 표현 자체는 파괴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는 이와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계의 사라짐은 더 나은 세상을 의미한다. 혁신의 본질이 파괴가 아닌 가치창출임을 봐도 경계선이 사라진다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출현과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를 전략적으로활용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상태에 몰릴 수도 있다. 그러면우리 조직을 보호하던 벽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어떻게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을까. 간단히 요약하면 빼기, 더하기 등의 사칙연산으로 표현해 볼 수 있겠다.
빼기. 고객가치와 무관한 부분을 덜어내기
경계가 사라지면 업계에서 변화가 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고객 쪽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그 변화가 장기적으로자리잡는다. 기업마다 업을 다시금 정의해보고 조직내에서 고객가치에 기여하지 않는 부분들을 덜어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더하기. 최소 유효시장의 확보
기업은 변화하는 가운데에서도 운행을 멈출 수 없다. 달리면서 자동차의 부품을 바꿔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난 것이다. 따라서 운행을 위한최소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큰시장에서의 경쟁도 필요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기업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단단하고 지속가능한 시장을 확보하고 지키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곱하기. 확장가능한 구조 만들기
기업은 생존을 넘어 성장을 꿈꾼다. 특히 경계융화 시대에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성장의 궤도를 타기 위해서는 사업이 확장가능한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중요하다. 재정의된 업의 거점시장을 기반으로 수평적 확장, 수직적 확장을 통해 끊임없이 고객이 원하지만 채워지지 않는욕구가 남아있는 시장들을 탐색하고 연결해 가야 한다.
나누기. 기존 조직과 별도로 상시적인 혁신 파이프라인 구축
기존 조직의 구성원들은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기에는 너무 바쁘다. 그렇다고 경영진만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하기에는 경계붕괴의 속도가너무나 빠르다. 특히 MZ세대등의 이해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장상황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신사업모델 발굴 전담조직을 꾸리는 것도방법이고 사내 육성된 혁신코치들이 기존 조직의 신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회사내 핵심인재나 리더직급들을대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고 기존 업무 시간의 일부를 해당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시장에서 검증하는 단계에 쓰도록 하여 인재양성과 기업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권장하는 바이다.
2. 고객으로부터 실마리를 찾기 위한 전략
고객은 답을 가지고 있다. 단지 가끔은 스스로가 답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을 뿐이다. 어떠한 솔루션을 원하는지 정확히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고객과의 소통은 도움이 된다. 고객이 현재 특정한 상황에서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이야기 나눌 수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에게 물어야 할 것은 솔루션이 아니고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명제도 있다.
또한 고객은 언어적/비언어적 측면, 기능적/정서적/사회적측면, 가격적/가치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업의 제품 제안에 반응한다. 그래서 고객이 제품 제안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는 직접 소통해봐야 알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구매를 원한다고 답해도 그 중 80%는 실제로구매하지 않는다라는 것만 보아도 고객은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그 실체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면 어떻게 고객을 통찰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방법이 가능하지만 그중 두가지만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대로 질문하기 (Why / What / How)
초기에 통찰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가장 좋은 질문은 언제나 왜(Why)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동기, 열망, 행동의 이유, 근거, 인생철학,사회적 배경 등이 드러나게 된다. 무엇, 어떻게와 관련된 질문도 고객에대한 이해를 풍성하게 만들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준다.
실험하고 반응보기 (Assumption Test)
인간관계에서도 말이 아닌 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고객에 대한 이해로부터 나온 가설을 검증해보는 것은 항상 기업입장에서 대단히 유용한 결과를 낳는다. 고객이 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과 고객 사이의 가상 실험실 환경을 세팅하고 운용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3. 빅블러 비즈니스모델을 찾아가는 몇가지 좌표
경계융화를 뜻하는 빅블러 (Big Blur) 시대에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비즈니스모델의 변화와 유연한 전략을 가져갈 수 있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필자가 지난 10년간 해온 일이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 변화 과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한정된 지면의 특성상 몇가지좌표 정도만 찍어놓으려 한다. 현재 우리 기업이 하는 일들을대입해 보면 빅블러 시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좌표. 플랫폼을 가졌는가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미국주요 500개 기업 중 단 7개의 플랫폼 기업이 전체 기업가치의 25% 가까이를 차지하고있다. 플랫폼 접근의 간단한 좌표는 고객유형, 제품유형별 수익여부의조합이다.
두번째 좌표. 큰시장과 관계하는가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큰 문제(Big Problem)를 해결한다. 또한 고객과의 관계를 직접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되도록이면 멤버십, 구독 등을 통해장기적으로 고객과 연결되는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구독의 경우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시장에서 기업쪽으로 흘러들어오는 경로가 구축되기 때문에 기업을보다 지능적으로 변화시킨다.
세번째 좌표. 고객과 참여적으로 소통하는가
고객과의 소통이 요즘만큼 중요해진 때는 없다.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또는 제품의세계관이 끊임없이 소통되어야 한다. 이는 ESG 기반 가치소비, 팬덤문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상시적으로 고객을 연구개발, 마케팅에 참여시키고,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기업들이성장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상으로 경계융화 시대에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좌표를점검하고 고객 관점에서 통찰하고 준비해 나갈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보았다. 조금이라도 우리기업의 현 위치를 돌아보고 점검해 가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