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비전아레나 조용호
* 플랫폼 논의의 시작
플랫폼이란 단어는 하나이지만 다양한 맥락에서 다르게 정의되고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단 하나의 정의로 플랫폼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에 미국 서부에 금맥 찾기 광풍인 골드 러시 (Gold Rush)가 일어났을 때에도, 정작 큰 돈을 번 사람은 광부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청바지를 팔거나 물을 판 사람이었다는 말도 있다. 플랫폼을 떠올리면 이렇게 자동으로 돌아가고 중간에서 길목 지키기로 막대한 이윤을 얻는 무언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플랫폼이란 그 이상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을 요구한다. 물건을 떼다가 많이 파는 사업이 아니라 참여하는 고객, 파트너들이 모두 가치를 얻어가는 나보다 더 큰 시스템(계)를 만드는 것이 플랫폼이다. 따라서 플랫폼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려면 과거의 자원 (Resource) 중심의 사고를 먼저 버려야 한다. 그리고 관계 (Relation) 중심의 사고로 바뀌어야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자원 중심은 내가 가진 것을 기반으로 활용과 확장만을 염두에 둔다. 무엇(What)을 가지고 있고 어디(Where)에 팔지가 관건인 것이다. 관계 중심의 사고는 내가 누구와 관계를 맺고 우리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누구(Who)와 왜(Why) 함께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플랫폼을 어떻게 정의하나?
플랫폼은 알면 알수록 매우 동양적인 사상과 어울리는 개념이다. 그 이유는 관계와 허를 다루는 부분때문이다. 동양의 바둑과 서양의 체스를 생각하면 딱 제격이다. 서양의 체스는 말을 움직여서 상대의 왕을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말과 말이 직접 격돌하며 상대방의 말이 있는 자리에 내가 들어가면 상대의 말이 내것이 된다. 반면 동양의 바둑은 왕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리고 내가 얻은 상대의 돌이 몇 개가 있는 것과 승패는 무관하다.
빈 공간에 해당하는 집을 얼마나 크게 지었는 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그리고 상대의 돌을 내가 가지는 방법도 해당 돌을 나의 돌로 둘러싸는 포위의 방식을 쓴다. 상대적으로 빈공간(허)와 대상을 아우르는 관계적 구조가 바둑 게임의 기본 체계다. 플랫폼이 그러하다. 상대가 들어올 공간이 없이 꽉 차있고, 관계를 구축하고 확장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플랫폼이 아니다. 안의 공간이 가구와 전자제품으로 꽉차 있는 공간을 우리가 쾌적한 공간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플랫폼이란 허를 통해 실을 얻는 전략적 도구라고도 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플랫폼은 ‘미리 완결하지 않음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虛의系(Unoccupied System)’ 다. 그릇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릇은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 그 용도가 생긴다. 또한 플랫폼은 ‘내부와 외부, 외부와 외부간 연결의系(Link System)’다. 물위에 세워놓은 다리와 같다. 누군가와 소통을 통해 앞서 비워있는 공간을 채워야 한다. 이렇게 미완의 상태를 열어놓고, 소통하며, 채워감으로서 지속적 성장 모델을 꿈꾸는 것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그 자체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플랫폼의 개념이 어느덧 도 닦는 이야기로까지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어렵거나 먼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우리가 허와 실이 공존하는 구조를 가져야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만을 기억하기 바란다.
* 플랫폼을 도입하는 방법
전통 산업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기존의 사업 (또는 운영체계) 자체를 플랫폼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되고, 기존 사업에 虛의系와 연결의 系를 적용함으로서 가능하다. 특히 내부의 자원과 외부의 자원을 서로 연결짓는 오픈 플랫폼 관점에서 외부의 힘을 활용해, 과거에 가져왔던 고유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플랫폼 경영은 또한 관계 기반 경영이다.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시작해서, 고객입장에서 완성도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과 虛를 채워주는 보완자 (Complementor)와의 관계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여기서 보완자라함은 경쟁자의 정반대의 의미이다. 보완자는 나와 함께 함으로서 우리의 가치를 증진시켜주는 대상을 의미한다. 경쟁자의 경우는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보완자를 찾는 좋은 방법은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내가 속한 체계 (시스템)을 좀 더 상위의 레벨에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행사의 경우 항공 티겟 뿐 아니라 숙박, 렌트카, 보험, 현지 가이드 서비스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여행을 비행기를 타고 특정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기능적인 측면이 아니라 경험과 추억을 판매하는 보다 큰 차원에서 해석하면 고객에게 함께 제공함으로서 더 가치있는 것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존의 제품 전략은 다분히 거래 지향의 전략이었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만들어서, 시장에 판다는 측면에서 거래가 될만한 물건이 무엇인지, 시장이 있는 지 미리 설정하고 들어간다. 거래와 관계의 차이는 서로의 관계됨에 대한 시간적 지평선이 얼마나 길게 연장되느냐에 달려있다. 거래는 내가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치는 것에 주안점이 있기 때문에 판매 금액이 중요하다. 상대가 누구인지, 다시 나의 매장에 들를 지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흔히 터미널 인근에 있는 식당들이 불친절한 이유가 지나가는 행객이 많기 때문인데 이 또한 관계 자산을 쌓는 그 만큼의 노력을 더할 동기부여가 안되어서 거래 지향적으로 움직이기 쉽기 때문이다. 관계 지향적인 경우는 고객과의 건설적인 관계 자체가 지속될수록 서로간에 얻는 가치가 증대되는 경우 좀 더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유통, 식당, 통신 등 서비스 업종에서 주로 이러한 고려가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려는 모든 조직이 관계 지향적으로 고객과 파트너를 보고 움직여야 하는 세상이다.
사업전략, 특히 마이클포터가 집대성한 경쟁우위전략은 기본적으로 전쟁이론에서 나온 것이다. 전투가 이루어질 곳과 싸울 상대를 정하고, 어떻게 유리한 고지를 먼저 선점할 지, 필요한 자원 (병참 자원과 군마)과 역량 (전투력, 사기 등)은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할 지 정한다. 비즈니스 전략은 그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다.
플랫폼 전략은 경쟁 뿐 아니라 협력을 중요시한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플랫폼 끼리는 경쟁, 플랫폼 내에서는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협력하여야 하는 이유는 플랫폼의 허를 채우고 같이 공존가치를 발전시키는 데에 함께 협력하는 보완자 (파트너, 넓게는 고객까지)의 역할을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플랫폼을 단지 일개 단위조직의 일로 치부해 버리면 진정한 큰 틀에서의 연결을 통한 플랫폼 전략이 나오기 어렵다.
비근한 예로 애플이 하드웨어에서 대부분 수익을 내지만, 아이튠즈 부문이 없었다면 이런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각 부문별로 최대의 수익을 내는 것을 성과 관리를 했다면 음악 가격, 앱가격의 높아지면서 하드웨어가 팔리지 않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 스티브잡스처럼 전체 시스템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아이폰이 잘 팔리면 애플이 좋은 것이니 아이튠즈 부문이 수익이 덜 나더라도 전체 애플의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해준다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단위조직들을 매끄럽게 잇는 전략적인 정렬 (Alignment)이 필요하고, 기업의 대외 협력 문화와 성과 보상에 대한 기준도 남달라야 한다.
*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성과들
스타트업 중에 가장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기업은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다. 또한 커머스 기업 중에서는 알리바바, 이베이, 아마존 등이 멀치감치 앞서 나가는 플랫폼 기업이다. 최근에 어려워진 미국 장난감 유통 공룡기업인 토이저러스도 아마존을 통한 장난감 온라인 구매 방식 증가에 따라 유통업체로서의 주도권을 잃고 있는 것이다.
세계 IT기업의 매출 등을 감안한 가치 순위로도 플랫폼 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이 상위 5위 안에 포진해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1조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지만 이들도 독자 생존보다는 구글, 페이스북 등에 인수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플랫폼이 이슈가 된 것은 8년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반복해서 한해 걸러씩 시장의 메인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성공 법칙이 시장에서 계속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랫폼기업의 선두로서의 우위는 더욱 강화되고 있고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플랫폼이 공유하는 주요 속성들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에서는 공급과 수요간에 상호작용이 없거나 제한적이다. 플랫폼의 경우 수요와 공급간에 상호작용이 플랫폼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촉매 (Catalyst)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플랫폼의 기여에 의해서 상호작용은 더 활발해지고, 참여자들이 얻는 가치도 증대된다.
이곳에는 플랫폼만의 몇 가지 특성이 존재한다. 그 중 세가지만 공유하고자 한다.
첫번째로는 네트웍의 가치다. 참여자가 많아지고 상호작용이 증가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연결로 인한 가치가 증가한다.
두번째로는 상호보완의 관계성이다. 보완자(complementor)는 함께 함으로서 서로의 가치를 증대시켜주는 사람, 파트너를 의미한다.
세번째로는 비대칭성이다. 플랫폼의 수익구조는 단순하게 수수료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료 고객 / 무료 고객, 유료 제품 / 무료 제품간의 복합적인 구조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은 주로 고객, 제품 측면에서 보조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의 경우 가맹점주가 광고비를 내고 일반 소비자는 별도 비용을 내지 않는다. 과거에 질레트가 면도기를 무료로 나누어지고 면도날로 돈을 벌었던 모델도 상호 보완적인 제품간에 가격 체계가 서로 비대칭적으로 연결된 사례라 하겠다.
이처럼 네트웍, 보완성, 비대칭성 등은 플랫폼 구성의 일부 요소이지만 다른 것과 플랫폼을 구분 짓는 주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우리의 조직에 어떻게 해당 개념을 적용해서 가치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 지역 문화 플랫폼의 출발점
모든 것이 플랫폼일 필요는 없다. 이 말의 의미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플랫폼화를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명확히 하여야 한다. 또한 해당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플랫폼이라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실행 경로인지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플랫폼을 만들고, 실제로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종종 어려운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전문가로 불러줄 때에서야 비로소 전문가가 된다.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다. 플랫폼과 관계하는 사람들, 지역주민, 파트너, 지자체, 그밖의 지역 문화 이해관계자들이 플랫폼으로서 지역문화원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야 사람들이 플랫폼에 모인다.
그래서 플랫폼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증거로 제시하기 이전에 사람들이 우선 믿게 만들어야 하고 (비전을 팔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플랫폼을 통한 성공 사례들을 창출하여 사람들이 플랫폼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플랫폼이란 나보다 더 큰 내가 되는 방법이다. 이를 초월자아 (Super Ego)라 한다. 이는 고립이 아닌 외부의 세계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우리(We)를 만들고 그 안에서 가치가 만들어질 때에만 가능하다. 우리를 통해 더 큰 나가 발견되고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원 입장에서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지역문화원은)
- 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어야 할까?
- 그러기 위해 나와 관계 맺기할 대상은 누구인가?
-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우리는 또한 어떠하길 기대하는가?
- 왜 그것이 과거의 고립된 나를 뛰어 넘는 더 큰 나를 만든다고 확신하는가?
- 우리에 포함될 사람들이 우리의 플랫폼에서 풀 수 있는 문제와 얻어갈 가치는 무엇인가?
- 그것이 과연 사람들로 하여금 기꺼이 우리가 되길 희망하도록 강력한 것인가?
- 만약 그렇다면 왜 지금, 바로 당장, 내가 앞장 서서 실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